아카이브의 기록
1. 새로운 책
월하(月河)
2016. 6. 18. 16:41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를 짓는다. 호리호리한 처녀의 얼굴에는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었다.
"군더더기 없군. 내 마음에 쏙 들게 바꾸려면 약간의 정보가 필요할 것 같지만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런 저런 기능들을 살피며 개별적인 비밀글 설정이 가능하단 것이 마음에 드는 듯, 입꼬리가 선명한 호선을 긋는다. 나긋나긋한 눈빛과 다르게 손에는 왠지 모를 단호함과 분주함이 묻어난다.
"작업은 몇 일 뒤부터 시작될 거야. 조금씩 폴더들이 채워질 거고, 알려진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모두 섞여 있을 거야. 어느 쪽이 마음에 들지는 나도 몰라. 둘 다 좋을 수도, 하나만 좋을 수도, 아님 둘 다 나쁠 수도 있을 거야."
분주하게 움직이던 타이핑 소리가 멈춘다.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커서가 바쁘게 눈을 깜빡이며 멈춰진 손을 노려보는 것이 마치 장난감이 마음에 안 드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닮았다.
"...어쩌면. 내 오라버니의 공간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선연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채워질 지 조물주는 침묵한 채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미소지을 뿐이었다.정적을 매개로 바쁘게 움직이는 커서만이 남았다. 앞으로 이곳엔 무슨 이야기가 쓰일 지, 푸른 점을 만들어내는 처녀의 옆에는 아주 낡은 책들과 새하얀 백지들이 가득했다. 잉크가 부어지길 기다리듯이.
2016. 06. 18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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