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소드(Elsword)
[마마배세] 여기 계셨군요
월하(月河)
2016. 6. 25. 02:16
탕
눈앞의 적은 셋. 무슨 연윤지 한 줄로 오고 있다.
탕탕
앞으로 한 발
탕.
-실험종료 실험종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이번에도 성공했냔 표정의 사람들을 지나 내 방으로 향한다. 8시간 후 실험은 다시 시작된다.
스프링 삐걱이는 소리만이 내가 살아있단 것을 알리는 유일한 소리. 난 무얼 바라는 것일까.
아니다. 가정이 틀렸다.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랄 수 있냐가 먼저겠지.
탕탕탕!
영원히 닫혀 있으면 좋을 철문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온다.
-오늘도 끝내주더군
눈길도 주지 않고 밥을 우걱우걱 집어넣는다. 이것도 일상이 된 듯 음식을 가져온 '관리자'란 녀석은 기분 나쁜 기색마저 없다. 으레 그러면 그렇지라는 무언의 시위. 하지만 엄연히 저쪽 사정이다.
-네가 최장수란 건 알지? 잘할 거 같아 키우긴 했지만 이 정도로 오래 버틸 줄...
다 먹었어.
그 한마디로 상황은 종결됐다. 말이 잘린 남자는 툴툴거리며 이동식 테이블을 가지고 나갔다.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철문이 다시 잠기고 인기척이 사라지자 뒤집어 쓴 이불을 팽개치고 창문으로 갔다. 3개의 철봉이 이곳이 감옥 아닌 감옥임을 알려준다. 그나마 실적이 좋아 이런 같잖은 창문이라도 있는 거지만.
오늘은 있을까?
큰 키 덕에 바깥풍경 보는 건 쉽다. 하지만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어거지로 봐도 내가 찾는 것은 안 보인다. 정확하겐 그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어렴풋한 환상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이라면,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걸 미련이라고 하는 걸까.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그것은 바람에 나부끼며 제멋대로 빛을 반사했었다. 머리카락 같았으나 그 빛이 이질적이라 차마 믿을 수 없었던 것. 그것은 처음본지 4일째 되던 날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며 창 밖을 보는 것도 어언 일주일. 부질없는 짓이 한심하다.
-어이 일어나.
어김없이 영원히 닫혀있길 바란 철문이 열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쇼타임♡
관리자란 놈의 시릴듯 푸른 미소가 어두운 전등빛에 일렁인다. 뿌연 시야를 문지르며 조용히 총을 들었다.
-룰은 동일하다.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살아남도록!
전쟁. 나와 같이 서있는 이 자들은 매일 밤 생존 전쟁을 치른다. 일부는 아침에 다시 볼 수 있지만 일부는 실종된다. 어차피 다음날 저녁이면 어떻게든 보겠지만.
-실험시작. 실험시작.
-어뮤즈먼트 파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야릇핫 공기가 코를 찌른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살장에 보내지는 돼지처럼 처넣어진 우리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동질감이나 동료의식따윈 없지만 그래도 아침에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된 날도 석양빛 노을이 더없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저 손에 쥐어진 보라색 실이 그들에 대해 내가 추억할 수 있는 전부. 사람들은 날 전쟁고아라고 불렀다.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여러집을 전전하며 하인으로 쓰이다가 전쟁 막바지에 부도가 난 주인이 날 서커스단에 팔았다. 예쁜 외모덕에 실수를 해도 얼굴은 맞지 않았으나 다음날은 어김없이 속옷만 입혀진 채로 천막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묘기의 대상이 됐다. 좀 심하게 또는 많이 실수를 한 다음날은 여장을 당한채 어른들에게 던져졌다. 그리곤...... 그나마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가 들어온 뒤로는 홀딱 벗겨지는 일은 없었으나 보이지 않는 부분은 피멍이 들었다.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내가 실험이란 명목하에 벌어지는 '사냥'을 끝낸 후 매번 꾸는 꿈이다.
탕
탕탕탕!
오늘도 어김없이 총성으로 끝나는 꿈. 실제로 이런 건 아니지만 그 서커스단 인간들한테 구멍을 내는 것으로 내 꿈은 끝난다. 이건 아마 내가 지금 이곳에서 매일 하는 일 때문이리라.
방이 새까만 걸 보니 오늘은 불려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가끔 휴무 아닌 휴무를 준다. 대부분 한계치 이상까지 돌린다는데 난 이미 그것을 넘은 것일까. 다른 놈들보단 대우가 나은 편이다. 적어도 학대는...
-꺄아아아아악-!
언젠가 들은 비명소리에 움찔하니 관리자가 좋은 일 있나보네라며 킬킬거렸었다. 소리의 주범은 굳이 원하지 않아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날 밤 사냥 대상에 포함되었으므로.
짐승만도 못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키며 끝도 없이 흘러간 생각을 붙잡자 쪽빛으로 물든 창문이 보인다. 유일하게 이 방과 바깥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이제는 포기한 지 오래된 그 날의 아지랑이를 떠올리며 빛이 바래가는 기억의 조각을 수평선 너머로 던진다. 초점 없는 눈은 그 무엇도 비추지 않은 채 오로지 달빛만을 끌어들였다. 끝없는 내면의 어둠 속으로. 흔들리는 시야.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깥풍경으로부터 등을 돌리자 알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다.
갑자기 깜깜해진 방. 아까까지만 해도 켜져 있던 전등은 언제 그랬냐는 듯 꺼져있다. 불길한 마음에 총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기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앞으로 날리던 주먹을,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는, 그 날의, 환상.
-여기 계셨군요.
형형한 보라빛 살기를 뿌리는 금속물체는 신종 무기인 건가.
-찾고 있었습니다.
그 날 내가 본 것은
-흔들리는 은빛 아지랑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것은 환상이 아닙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먼저 동화를.
주변에 있던 것 중 가장 밝은 것이 내 앞으로 왔다. 발광하는 전원 모양에 손을 올리자 기분 좋은 느낌이 전신에 퍼진다.
아주 오랜만이다. 이런 상쾌한 기분은.
-이번의 당신은 좀 더 차분하군요.
날 아는듯이 말하는 너는.
-이제 그만 가야 합니다. 곧 그들이 올 겁니다.
긴 은발이 내 머리카락만큼 이질적이다. 인간인 듯 하면서도 아닌 듯한 이색.
-이름이?
-제 이름은 이브입니다.
-이브...
-시간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것이 호의인지 더 큰 악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발적으로 그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내밀어진, 그 손을.
-내 이름은
뚫려버린 벽의 굉음 속으로 나아갔다. 황량했으나 가슴이 딱 뚫리는 느낌이 상쾌하다.
여자 주변에 있던 물체들은 이제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한단듯이.
-다이너모라고 합니다. 당신이 만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경황은 없어도 인사는 해야겠지.
-영원히 저곳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은혜를 갚을 뿐입니다.
스치는 미소가 여태 본 것과 달라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잡고 있는 이 온기에 악의는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인지할 뿐.
-내 이름은 애드, 애드 마스터마인드입니다.
갑작스런 통성명에 미소가 짙어진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애드씨.
눈앞의 적은 셋. 무슨 연윤지 한 줄로 오고 있다.
탕탕
앞으로 한 발
탕.
-실험종료 실험종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이번에도 성공했냔 표정의 사람들을 지나 내 방으로 향한다. 8시간 후 실험은 다시 시작된다.
스프링 삐걱이는 소리만이 내가 살아있단 것을 알리는 유일한 소리. 난 무얼 바라는 것일까.
아니다. 가정이 틀렸다.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랄 수 있냐가 먼저겠지.
탕탕탕!
영원히 닫혀 있으면 좋을 철문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온다.
-오늘도 끝내주더군
눈길도 주지 않고 밥을 우걱우걱 집어넣는다. 이것도 일상이 된 듯 음식을 가져온 '관리자'란 녀석은 기분 나쁜 기색마저 없다. 으레 그러면 그렇지라는 무언의 시위. 하지만 엄연히 저쪽 사정이다.
-네가 최장수란 건 알지? 잘할 거 같아 키우긴 했지만 이 정도로 오래 버틸 줄...
다 먹었어.
그 한마디로 상황은 종결됐다. 말이 잘린 남자는 툴툴거리며 이동식 테이블을 가지고 나갔다.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철문이 다시 잠기고 인기척이 사라지자 뒤집어 쓴 이불을 팽개치고 창문으로 갔다. 3개의 철봉이 이곳이 감옥 아닌 감옥임을 알려준다. 그나마 실적이 좋아 이런 같잖은 창문이라도 있는 거지만.
오늘은 있을까?
큰 키 덕에 바깥풍경 보는 건 쉽다. 하지만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어거지로 봐도 내가 찾는 것은 안 보인다. 정확하겐 그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어렴풋한 환상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이라면,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걸 미련이라고 하는 걸까.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그것은 바람에 나부끼며 제멋대로 빛을 반사했었다. 머리카락 같았으나 그 빛이 이질적이라 차마 믿을 수 없었던 것. 그것은 처음본지 4일째 되던 날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며 창 밖을 보는 것도 어언 일주일. 부질없는 짓이 한심하다.
-어이 일어나.
어김없이 영원히 닫혀있길 바란 철문이 열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쇼타임♡
관리자란 놈의 시릴듯 푸른 미소가 어두운 전등빛에 일렁인다. 뿌연 시야를 문지르며 조용히 총을 들었다.
-룰은 동일하다.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살아남도록!
전쟁. 나와 같이 서있는 이 자들은 매일 밤 생존 전쟁을 치른다. 일부는 아침에 다시 볼 수 있지만 일부는 실종된다. 어차피 다음날 저녁이면 어떻게든 보겠지만.
-실험시작. 실험시작.
-어뮤즈먼트 파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야릇핫 공기가 코를 찌른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살장에 보내지는 돼지처럼 처넣어진 우리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동질감이나 동료의식따윈 없지만 그래도 아침에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된 날도 석양빛 노을이 더없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저 손에 쥐어진 보라색 실이 그들에 대해 내가 추억할 수 있는 전부. 사람들은 날 전쟁고아라고 불렀다.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여러집을 전전하며 하인으로 쓰이다가 전쟁 막바지에 부도가 난 주인이 날 서커스단에 팔았다. 예쁜 외모덕에 실수를 해도 얼굴은 맞지 않았으나 다음날은 어김없이 속옷만 입혀진 채로 천막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묘기의 대상이 됐다. 좀 심하게 또는 많이 실수를 한 다음날은 여장을 당한채 어른들에게 던져졌다. 그리곤...... 그나마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가 들어온 뒤로는 홀딱 벗겨지는 일은 없었으나 보이지 않는 부분은 피멍이 들었다.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내가 실험이란 명목하에 벌어지는 '사냥'을 끝낸 후 매번 꾸는 꿈이다.
탕
탕탕탕!
오늘도 어김없이 총성으로 끝나는 꿈. 실제로 이런 건 아니지만 그 서커스단 인간들한테 구멍을 내는 것으로 내 꿈은 끝난다. 이건 아마 내가 지금 이곳에서 매일 하는 일 때문이리라.
방이 새까만 걸 보니 오늘은 불려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가끔 휴무 아닌 휴무를 준다. 대부분 한계치 이상까지 돌린다는데 난 이미 그것을 넘은 것일까. 다른 놈들보단 대우가 나은 편이다. 적어도 학대는...
-꺄아아아아악-!
언젠가 들은 비명소리에 움찔하니 관리자가 좋은 일 있나보네라며 킬킬거렸었다. 소리의 주범은 굳이 원하지 않아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날 밤 사냥 대상에 포함되었으므로.
짐승만도 못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키며 끝도 없이 흘러간 생각을 붙잡자 쪽빛으로 물든 창문이 보인다. 유일하게 이 방과 바깥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이제는 포기한 지 오래된 그 날의 아지랑이를 떠올리며 빛이 바래가는 기억의 조각을 수평선 너머로 던진다. 초점 없는 눈은 그 무엇도 비추지 않은 채 오로지 달빛만을 끌어들였다. 끝없는 내면의 어둠 속으로. 흔들리는 시야.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깥풍경으로부터 등을 돌리자 알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다.
갑자기 깜깜해진 방. 아까까지만 해도 켜져 있던 전등은 언제 그랬냐는 듯 꺼져있다. 불길한 마음에 총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기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앞으로 날리던 주먹을,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는, 그 날의, 환상.
-여기 계셨군요.
형형한 보라빛 살기를 뿌리는 금속물체는 신종 무기인 건가.
-찾고 있었습니다.
그 날 내가 본 것은
-흔들리는 은빛 아지랑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것은 환상이 아닙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먼저 동화를.
주변에 있던 것 중 가장 밝은 것이 내 앞으로 왔다. 발광하는 전원 모양에 손을 올리자 기분 좋은 느낌이 전신에 퍼진다.
아주 오랜만이다. 이런 상쾌한 기분은.
-이번의 당신은 좀 더 차분하군요.
날 아는듯이 말하는 너는.
-이제 그만 가야 합니다. 곧 그들이 올 겁니다.
긴 은발이 내 머리카락만큼 이질적이다. 인간인 듯 하면서도 아닌 듯한 이색.
-이름이?
-제 이름은 이브입니다.
-이브...
-시간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것이 호의인지 더 큰 악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발적으로 그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내밀어진, 그 손을.
-내 이름은
뚫려버린 벽의 굉음 속으로 나아갔다. 황량했으나 가슴이 딱 뚫리는 느낌이 상쾌하다.
여자 주변에 있던 물체들은 이제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한단듯이.
-다이너모라고 합니다. 당신이 만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경황은 없어도 인사는 해야겠지.
-영원히 저곳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은혜를 갚을 뿐입니다.
스치는 미소가 여태 본 것과 달라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잡고 있는 이 온기에 악의는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인지할 뿐.
-내 이름은 애드, 애드 마스터마인드입니다.
갑작스런 통성명에 미소가 짙어진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애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