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없는 하늘 아래 홀로 서있는 인형이 있다. 말도 미동도 없이 정면을 응시하며 으슥하게 낀 안개가 휘두르는 적막감을 고스란히 받아낸 한 마디가 차갑다.

"싱거워."

아무것도 아니란 듯 발 끝에 차이는 시체를 유리구슬 같은 망막이 담는다. 밀랍처럼 굳은 피부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이 척박하다. 별 거 아니란 듯 무심한 손끝을 야속하다 부르지 못할 정도로 매마른 감성은 오늘도 전장의 인형을 속박했다.
쇠사슬은 강했다. 매일 들이밀어진 창끝보다 위험했고, 죽음보다 가까웠으며, 시간보다 집요했다. 하루라는, 그 짧지만 영악한 과정 속에서 인형은 자신을 향한 금속의 날카로움을 상대에게 돌렸고, 돌리지 못할 경우 부조리로써 그들을 꾀뚫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보다 무서운 요소; 절망, 강요, 변덕 그리고, 집착. 당연함이란 사치를, 공학자는 자연스러움과 맞바꿨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리고 입꼬리가 의뭉스럽게 올라간다. 차가움. 그것은 그에게 남은 마지막 쇠사슬. 가라앉은 웃음소리가 대지를 적시고 핏기 없는 밀랍인형의 턱끝에 의미 불명의 분자들이 맺힐 즈음 역린의 상징은 고했다.

"좌표설정."

오늘은 어디를 부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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