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거리며 잔챙이들이 발등에 차인다. 뜨겁고 끈적한 점액질이 신발에 묻은 것이 거슬린다. 언제 더러운 마족놈들의 피가 튀었는지 새하얀 코트가 얼룩져 있다. 실책이라며 혀를 작게 찬 마스터마인드는 점점 바닥으로 치닫는 기분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마스터마인드는 집으로 돌아왔다.

"마마, 왔어?"

저만 기다렸다는 듯 쪼르르 달려나오는 생명체에 어김없이 귀찮음을 느끼며 조용히 밀어냈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하면서도 자신을 받아주는 마스터마인드였기에 오늘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느낄 법도 하건만 생명체는 그것보다 서운함을 더 크게 느꼈다.

"계속 기다렸는데...무려 일주일이나 기다렸는데..."

네 녀석이 기다리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마스터마인드는 쏘아붙이려다가 몰려오는 피로에 불쾌하다는 듯이 이맛살만 찌푸리곤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안락함을 느꼈다. 산성의 점액질이 알게 모르게 튄 것인지 얼굴 한 쪽 부분이 쓰렸다. 오랜만에 만긱하는 개운함이 하나 둘 쌓이자 눈꺼풀이 내려왔다. 마스터마인드는 그대로 시야를 꺼버렸다.

눈을 떴을 땐 물이 미지근하게 식은 후였다. 대충 몸을 닦고 방으로 가는 동안 본 거실엔 불빛이라곤 없었다. 자신의 방, 모든 연구 자료와 생활용품이 있는 그곳에 발을 들이며 침대에 쓰러지겠다는 그의 계획은 방 안을 서성이는 존재에 의해 무참히 부서졌다.

"마마..."

...귀찮다. 대체 어디까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생각인 걸까? 대충 잠옷을 걸치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피로에 지친 몸이 휴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이너모들도 휴식모드로 돌려버린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잠이었다. 이 녀석에 대한 훈계는 내일 해도 될 것이라며 타협한 마스터마인드의 의식은 점점 흐러졌다. 등 뒤로 부비적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일일이 반응할 만큼의 힘이 없었다. 귀찮다. 그냥 넘어갈 생각으로 아니, 내일 얘기할 생각으로 감각이 무뎌지길 기다렸다.



숨 막히는 소리가 들린 것은 시야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였다. 시작 지점은 의식에 없었다. 그저 의식이 돌아왔을 때 어렴풋이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컥컥거리고 있었다는 것 뿐.  왜 이렇게 된 거지? 누가 날 위협했나? 옷 안으로 손이 들어왔나? 목을 만진 건가? 내가 잡고 있는 건 누구지? 

"...내가 말했을 텐데."

무릎으로 찍어내리자 아래에 깔린 존재가 고통에 부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저항하던 손이 거세졌다. 잡는 것에서 때리는 것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세포들이 점점 커져가는 동공을 포착했다. 자신의 것이라 믿기 힘든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뇌까렸다.

"한 번만 더 귀찮게 하면 실험체로 쓴다고 했던가?"

손에 살짝 힘을 빼자 눌려있던 기도가 열리며 급하게 산소를 갈구했다. 오르락 내리락 가쁘게 움직이던 그것은 어느 정도 삶을 되찾았는지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목걸이와 목줄을 서랍에서 꺼내며 마스터마인드는 자신의 밑에 깔려 있던 존재에게 채웠다.

"생각보다 더 멍청하군."

겁에 질린 시선에 입꼬리가 올라감을 느끼며 목줄로 손목을 포박했다. 오늘은 얼마나 재밌을까.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아니, 뭘 하면 네가 살려달라고 빌까?

"시작해볼까, 타임 트레이서."

올라간 입꼬리에 스민 달빛에 날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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